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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디가드 The Bodyguard> 다시 보기
레이첼 매런/휘트니 휴스턴의 진정한 보디가드는 과연 프랭크 파머/케빈 코스트너였을까?

이 글은 1996년 6월, 필자가 회원으로 있던 PC 통신 천리안 영화 동호회 SCREEN의 한 게시판에 올렸던 글을 일부 보완하여 1997년 7월, 웹진영화 창간호의 FILM FATAL 섹션에 위의 제목으로 실었던 것이다. 케빈 코스트너가 분한 보디가드를 예수 그리스도의 메타포로, 영화 전체를 기독교 구원사의 알레고리로 해석한 이 글은 지금 읽어 봐도 여전히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끝으로, 이러한 접근 방식에 큰 도움을 준 사람은 나의 친구였던 P 군이라는 사실을 덧붙여 둔다. 2000/06/25.

1996년, 제가 회원으로 있던 한 PC 통신 영화 동호회에 이 영화 <보디가드>를 놓고 영퀴(영화퀴즈)를 하나 내본 적이 있습니다. <보디가드>에서 진정한 보디가드란 과연 누구를 의미하는 것일까 하는 문제였지요. 다행히 많은 분들이 영퀴에 응해 주셨는데, 특히 한 여성 회원께서 아주 재미난 답을 보내 주셨던 것이 기억에 남는군요. 즉, 진정한 보디가드란 다름 아닌 스타를 사랑하고 그들에게 열광하는 관객-팬이라는 것이 그 분의 견해였습니다. 다시 말해서 인기를 먹고 사는 사람들이 소위 대중 스타라 불리는 사람들이고 보면, 그들을 발견해 내고 애정으로 격려해 주고 끊임없이 지지해 주는 열성적인 팬들이야말로 스타에게 있어선 진정한 보디가드가 아니고 무엇이겠느냐는 것입니다. 정말 그럴듯한 해석입니다. 그러나 이 해석은 답을 보내주신 분께는 대단히 죄송한 얘기지만, 제 생각엔 <보디가드>라는 영화 텍스트의 내용을 완전히 무시한 해석입니다. 영화에서 대중 스타이자 가수로 등장하는 여주인공 레이첼 매런(휘트니 휴스턴 Whitney Houston 분)이 전문 보디가드를 채용하기로 결정한 근본 원인은 바로 광적인 팬의 위협/폭력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레이첼에게 열광하는 팬들은 정작 레이첼 본인에게 있어선 그저 끊임없이 자신을 위협하고 공포에 빠뜨리는 포악하고 어리석은 군중, 나아가 정신 질환자로만 여겨질 따름입니다. 따라서 열성적인 관객이나 팬이 진정한 보디가드라는 해석은 영화 텍스트에 비추어 볼 때 재미/흥미 이상의 타당성을 주지 못한다고 판단됩니다. 사실 열성적인 팬들이란, 스타를 아끼고 보호해 주는 숭고한 이념의 소유자들이라기보다는 대중 스타를 신과 여신으로 떠받드는 어리석고 광적인 물신(物神) 숭배 '집단'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타 Les Stars>(1957)라는 책을 저술한 에드가 모랭(Edgar Morin)은 20세기의 신(新)종교라 할 만한 이 대중 스타 숭배의 심리적 메카니즘을,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학설을 이용하여 '동일시로서의 투사(projection-identification)'로써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진정한 보디가드는 누구란 말인가? 전 이 문제의 답은 어디까지나 영화 텍스트 '안'에서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영퀴에 응해 주신 대부분의 회원들도 텍스트 안에서 답을 찾으려는 시도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국내 개봉된 지 어느덧 햇수로 5년이 되어가고 있었음에도 많은 분들, 특히 여성 회원들께서 '보디가드'란 백마 탄 왕자 내지는 이상적 남성상의 메타포 또는 상징이라는 식의 답변을 보내 주셔서 그때까지도 이른바 '보디가드 신드롬'의 강력한 여파가 남아 있음을 재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 전투적 여성 페미니스트라면 이 영화나 이로 인해 발생한 '보디가드 신드롬' 현상을 대단히 못마땅해 할지도 모르겠고, 나아가 이 영화의 여주인공 레이첼 매런을 은연중 부러워하는 여성들에게 '신데렐라 콤플렉스' 환자라는 경멸 섞인 딱지를 붙여 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숱한 여성 관객들로부터 자연스레 도출된 이 사회 심리 현상을 그저 신데렐라니 하는 식으로 매도해 버리는 행위는 일단 발생한 현상 자체를 이해하는 데엔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를 떠나서 생각해 보자면[사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보디가드>는 케빈 코스트너(Kevin Costner)와 휘트니 휴스턴의 인기가 수그러진 1997년 현재의 시점에서 평가하자면 2시간이 조금 넘는 러닝 타임이 끔찍하게 느껴질 정도로 관객 보기에 정말 지루한 영화임에 틀림없습니다], 개봉된 지 햇수로 6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여전히 이 영화가 국내 TV 코미디 프로의 단골 패러디 메뉴로 소모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같은 동양권인 홍콩의 경우 아예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연걸이라는 걸출한 스타를 써 가며 리메이크작까지 생산해 냈다는 점 등으로 미루어, 저는 이 영화의 소재가 그만큼 사람들, 특히 여성들에게 어떤 공통적이고 근원적인 매력을 던져 주었던 탓에 소위 '보디가드 신드롬'이라는 가벼운 증후군이 이 사회에 발현된 게 아닌가 보고 싶습니다. 저는 이 매력의 기원을 스위스 정신과 의사인 카를 융(Carl Gustav Jung)의 원형(archetype)적 해석에 의거하여 집단 무의식의 발로쯤으로 보려 합니다. 즉, 케빈 코스트너라는 스타 이미지에 집단 무의식의 주요 원형 중 하나인 아니무스(animus; 여성 인격 속의 남성적 요소)가 투영됐다는 것이죠. 아주 단순 무식하게 얘기해서 백마 탄 왕자에의 동경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몸담고 있던 동호회의 뭇 여성 회원들께서 진정한 보디가드는 누구냐는 질문에 대한 답에 은연중 자신의 아니무스를 결부시키려 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던 셈입니다. 그러나 다시 한번 영화 텍스트에 비추어 봤을 때 영화에서 드러나고 있는 진정한 보디가드는 그게 아닙니다.

글쓰기의 경제성을 아직도 터득하지 못한 관계로 서두가 너무 길어져 버리고 말았네요. 자! 이제 <보디가드>에서 말하고 있는 진정한 보디가드, 진정한 구원자가 누구인가를 설명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The Quest of The Real Bodyguard

황당한 해석으로 생각들 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휘트니 휴스턴의 보디가드는 양코배기들의 구세주(Messiah)인 지저스 크롸이스트/예수 그리스도의 메타포입니다! 이와 동일한 논리로 이연걸이 주연한 홍콩판 <보디가드>에 나오는 보디가드 역시 자본주의의 병폐 속에 고통당하고 있는 대영제국의 식민지 홍콩을 해방시켜 줄 대륙의 위대한 혁명전사쯤으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조금만 주의 깊게 영화를 보면, 영화의 각본을 쓴 로렌스 캐스단(Lawrence Kasdan)이 일부러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결과적으로, 케빈 코스트너의 보디가드로서의 이미지가 구세주로서의 지저스의 이미지와 끊임없이 중첩되고 있음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만약 캐스단이 미국 사회의 주류라고 일컬어지는 와습(WASP: White Anglo-Saxon Protestant)의 가치관을 신봉하는 정치적 보수주의자/공화당파에다 골수 기독교인이라고 할 것 같으면, 이 영화 <보디가드>는 도대체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을 만큼 온통 기독교 케리그마(Kerygma)로 채워진 기독교 홍보 영화 또는 선교 영화라 보아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입니다. 즉,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희가 구원을 받으리라' 라는 식이라는 거죠[그런데, 제가 하필 감독도 아닌 각본가를 강조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보디가드>의 감독 믹 잭슨(Mick Jackson; 최근 <볼케이노 Volcano>를 감독했음)이 어디까지나 고용된 감독에 불과한 반면, 캐스단의 경우 영화의 각본을 썼을 뿐 아니라 제작까지 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자기 자신 유명한 감독이기도 한 캐스단이 고용 감독 믹 잭슨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을 행사했으리라는 것은 자명한 이치 아니겠습니까? 결국 <보디가드>의 실질적 산파는 캐스단일 수밖에 없으며, 나아가 <보디가드>에 담긴 정신 역시 캐스단의 것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사실 기독교, 특히 개신교(Protestant)의 문화적 전통이 현재 미국만큼이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나라도 별로 없습니다. 우리는 이 개신교 전통의 영향력을 미국인들의 숱한 이름에서 단적으로 목격할 수 있습니다. 당장 <보디가드>의 여주인공 레이첼(Rachel)의 이름만 하더라도 그 어원이 기독교 정경(canon)인 구약 성경 창세기에 등장하는 라헬이라는 여인의 이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게다가 라헬은 야곱(Jacob)의 아내이자 요셉(Joseph)과 베냐민(Benjamin)의 어머니이기도 합니다. 야곱/제이콥, 요셉/조우짚, 베냐민/벤저민. 여러분이 자주 들어 본 이름들이죠? 이 밖에도 성경/바이블로부터 비롯된 미국인의 이름들을 일일이 열거하려 들자면 한이 없을 지경입니다.

아담/애덤, 하와/이브, 카인/케인, 아브라함/에이브러햄, 사라/새러, 이삭/아이작, 리브가/레베카/베키, 미리암/미리엄, 모세/모우지즈/Moses, 여호수아/죠슈어, 드보라/데보라/Deborah, 한나/해너, 사무엘/새뮤얼/샘, 에스더/에스터, 다니엘/대니얼, 나오미/네이오우미, 다윗/데이빗/데이브, 마리아/머라이어/매리, 엘리사벳/일리저벳/Elizabeth/일라이저, 베드로/피터, 시몬/사이먼, 안드레/앤드류/앤디, 바울/폴, 요한/존/잭, 빌립/필립, 야고보/제임스, 도마/토마스/톰, 누가/루크, 마가/마크, 마태/매튜, 디모데/티머씨/Timothy/팀…….

사정이 이러하니 미국 내에서 유태인 파워가 막강한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 그렇다고 오해하지는 마세요. 제가 무슨 유태인 세계 정복 음모설 따위를 믿는 건 아니니까요. 그나저나 <보디가드>의 보디가드가 지저스 크롸이스트라니 그게 대관절 말이나 되는 소리냐고요? 그럼 어디 한번 영화를 찬찬히 살펴보기로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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