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1997년)에 마침내 이러한 경향에 대한 공식적인 반발이 시작되었다. 두 명의 물리학자(미국놈과
벨기에놈이라 함)에 의해 '지적(知的) 사기'라는 제호(題號) 아래 프랑스의 내노라 하는 (철)학자들이 모조리 묵사발이 되어 버린 것이다. 장 보드리야르놈, 자크 라캉놈, 자크 데리다놈, 질 들뢰즈놈, 펠릭스
가타리놈, 줄리아 크리스테바놈('년'은 비어이므로 '놈'으로 대체함. '놈'은 비어가 아니다. '者'를 의미한다) 등등 날고 긴다는 프랑스 지식인놈들이 남김없이 비판의 도마에 올랐으며, 이 두
물리학자의 공저를 통해 졸지에 대사기꾼으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의 서로에 대한 몰이해 내지 대립은 일찍부터 지적돼 왔던 바이고, 또 그래서 이들 두 물리학자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멋대로 자연과학 용어와 이론을 인용하여 학의 엄밀성을 흐릴 대로 흐려 놓은 프랑스 인문학자들에 대해 자연과학자로서 내심 품고 있던 불쾌감과 경멸과 편견을 표출한 것인지도 모른다. 혹은 이들 두
물리학자가 과학자로서의 정체성을 견지하고 일종의 모더니스트로서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을 비판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어쨌든 문제의 핵심은 결국 앞에서 언급했던 프랑스놈들의 관념적인 유희와 애매한
말장난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두 물리학자가 가장 심하게 공격의 화살을 퍼부었던 부분도 프랑스 지식인놈들의 바로 이 현란하기만 하고 애매하기 짝이 없는 말장난들이었다. [2000년 현재, <지적
사기>는 민음사에 의해 국내에도 번역·출간됐다.]
전 세계적으로 칭송받는 그 잘나고 대가리 복잡한 프랑스 철학자놈들까지도 스스로 무슨 말 지껄이고 있는지조차 모르면서 닥치는 대로 씨부렁거렸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것도
무차별적으로 두들겨 맞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프랑스놈들의 영화쪽은 어떠한가? 적어도 우리 나라에서만큼은 아직도 여전히 비판이 금기시되는 '성역' 아닌가? 어느 모로 보나 철학자들의 글보다 압도적으로
모호한 소위 영상 언어로써 자기 생각을 늘어놓기에 바빴던 프랑스 누벨 바그 감독놈들의 애매하기 그지없는, 그래서 현란(眩亂)한 영화들에 대해 우리는 과연 어느 정도까지 인내해 주어야 하는가? 누벨 바그
감독놈들이 아무리 의식 있고 똑똑하고 논리적이고 복잡하기로소니 철학자놈들보다 더 의식 있고 똑똑하고 논리적이고 복잡하겠는가? 앞서 프랑스 철학자놈들이 당했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이들 감독놈들 역시
비판당할 수 있다. 그러니까 도대체 자기가 뭘 만드는지도 모르면서 영화 만들어 내질러 놓은 주제에 터무니없이 우상화된 일개 사기꾼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것. 그래서 영화가 그토록 모호할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닌가? 이러한 의심의 '가능성'마저 무시하려 들지는 말자. 백남준도 그랬지 않은가? 어차피 "예술은 사기다!" 라고. 그렇다면, 프랑스놈들의 그 애매하고 재미없는 누벨 바그 영화들을 들여다보고 감명 받아
그들과 그들의 영화를 숭배하게 된 인간들은 또 뭔가? 혹시 우리의 영평가들은 뭘 만들고 있는지 스스로도 모르는 감독놈들이 만든 영화를 자신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들여다본 뒤 그 영화에 대해 자신도
모르는 말을 지껄이고 앉았거나 자신도 알아보지 못할 글을 내질러 놓고 앉았는 것은 아닌지. 즉, 꿈보다 해몽이라는 것. 그리고 그 말을 열심히 경청하고, 그 글을 열심히 읽고 있는 우리는 또 뭔가?
여하간 누벨 바그에 세뇌된 불쌍한 소장파 영평가들에 의해 영화는 곧 예술이고, 감독은 곧 작가라는 기본 공식, 즉 망상 체제가 견고하게 구축되고 말았다. 이들을 충실히 답습한 똘마니 속물들은
영화가 유희의 대상이기 이전에 공부의 대상이라는 사고의 엄청난/끔찍한 대전환을 이룩한 뒤 소장파 영평가들의 전위 부대로 혹은 노방 전도사로 뛰기를 주저하지 않음으로써 스스로는 물론이거니와 주변의
애꿎은 인민/관객들까지도 고통스런 영화 공부의 지옥으로 빠뜨려 버렸다. 그 결과, 똘마니 속물들의 지적 허영심은 우리 나라의 거의 모든 젊은이들에게 전염되어 '전 젊은이의 영화학과 학생화'라는 참담한
현실을 초래하게 만들고 말았던 것이니….
이제 프랑스놈들의 사상적 노예가 된 지 오래인 우리의 젊은이들은 가엾게도 프랑스 영화라면 무조건 심각한 것, 심오한 것, 예술적인 것이라는 놀라운 편견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나아가, 프랑스
영화가 무지무지 재미없고 개똥대가리 같음에도 불구하고 그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꽉꽉 억누른 결과, 자기가 워낙 무식해서 진정한/참다운 재미를 느낄 수 없는 것일 거라는 열등감에까지 사로잡히게
되고 말았다. 결국 우리의 젊은이들은, 일반 관객들이 할리우드 영화에 길들여져 영화 매체가 주는 진정한 향기를 느끼지 못하게 되었노라는 영평가들의 새빨간 거짓말에 농락당한 채 오늘도 미국과 할리우드를
저주하면서 졸린 눈 비벼가며 환기도 제대로 안 되는 전국의 컴컴한 사설 골방 여기저기에 틀어박혀 소위 예술 영화라는 프랑스놈들의 누벨 바그 영화를 필두로 더럽게 재미없는 이란놈들 영화, 더럽게
재미없는데다가 소리까지 안 나는 독일놈들의 20년대 흑백 표현주의 영화, 역시 독일놈들의 더럽게 재미없는 소위 뉴 저먼 시네마(프랑스놈들의 누벨 바그 영향을 받았으니 재미없는 건 당연하다),
이탈리아놈들의 짜증나는 소위 네오 리얼리즘 영화, 제4세대니 제5세대니 하는 중국 뙤놈들의 웃기지도 않은 영화 등등을 들여다보느라 생고생하고 있다. 그들 스스로는 내공을 쌓는 일종의 훈련 과정이라고 착각들
하고 있겠지만서도.
재미있게 영화 보고 나면 그만이지 관객 모두가 몽땅 날카로운 심미안을 가진 비평가라도 되어야 한다는 얘긴가? 전 국민의 영평가화.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영평가들과 그 똘마니들이 바라던 것인가?
자기 돈 주고 영화 한 편 재밌게 보고 나서도 죄책감에 시달려야 하는 우리의 불쌍한 관객들!!
해서… 우리의 관객들은 프랑스 영화라면 별로 재미가 없더라도 일단 후한 점수를 주고 본다. 그 결과, 지금까지도 많은 양반들이 레오스 카락스라는 그저 그런 프랑스놈이 엄청 돈 처들여 만든 <퐁네프의
연인들>이라는 거지 발싸개 같은 영화를 대단히 훌륭한 영화라고 착각들 하고 있다. 물론 우리의 영평가님들께서도 극찬을 아끼시지 않은 영화님이시다. 웃긴다. 도대체 이 영화가 뭐가 그리도 잘 만든 영화란
말인가? 20대 애새끼들이 나와서 온갖 호들갑과 궁상을 다 떠는 이 지랄 같은 영화가 뭐가 그리도 엄청나다고 난리들인가? 철없는 감독놈의 치기 어린 장난질에 한없이 돈 쏟아 붓다가 제작자가 차례로 셋인가
넷인가 파산했다는 일화를 간직한 이 공룡 같은 영화가 그리도 잘나 보이던가? 한심스럽기까지 한 이 파산 일화를 당시 광고로 써먹었던 등신 같은 수입사놈들은 나가 죽어야 한다. 게다가 "신이 내린 걸작"이라고?
웃기고 자빠졌네! 이 영화의 진정한 제목은 <퐁네프의 두. 괴.물.>이어야 했다. 연.인. 좋아하시네~~.
사족 - 나의 글에 혹 분통을 터뜨릴지도 모를 사람들을 위해 몇 마디 더
만약 어떤 사람이 이 글을 읽고 분노에 치를 떨었다면 나의 전략은 성공한 셈이다. 나는 바보가 아니다. 복잡하기 짝이 없는 이른바 구조적 문제들을 깡그리 무시해 버릴 정도로 단순한 바보가 아닌
것이다. 나 역시 모든 문제가 순전히 소장파 영평가들이나 지적 허영심에 사로잡힌 속물들로부터 비롯된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마녀 사냥 식으로 이들을 싸잡아 공격한 것은 다분히 전략적인 이유에서였다.
즉, 명쾌하고 분명하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주제의 단순화 내지 축소화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일이며, 그럼으로써 아군과 적군의 명확한 구분이 가능해진다는 것. 흑백 논리 아니냐고? 어차피 세상에는 나의
생각에 동조하는 사람들과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 이렇게 두 부류가 존재할 따름이다. 나의 생각에 무관심한 사람들은 어디까지나 나의 생각에 동조하지 않는 부류에 속할 뿐이고…. 그런데 그게 다 어쨌다는 건가?
이 글은 과장과 조롱으로 가득 찬 글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세상을 이길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세상에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다. 우리의 똑똑하신 영평가님들과 그들이 지배하고 있는 공식 기관지들이 우리 관객/인민의
독자적 시각을 차단하는 하나의 권력 기구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 영평가들의 시각이란 게 그다지 신뢰성이 없다라는 것. 이미 본 웹진('웹진영화'를 말함)을 통해 여러 번 반복한
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