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cellany
 on CINEMA 프랑스 영화는 짜증나~  1/2  
프랑스 영화는 짜증나~

원래 이 글은 1998년 1월, 웹진영화 제5호 BRAINSTORM 섹션에 실었던 것이다. 성격상 웹진영화 제3호의 BRAINSTORM 섹션에 실었던 '퀴니코스적 에피큐리언 선언'과 맥을 같이 하는 글이다. 일부러 과장법을 동원해 가며 한껏 허세를 부려 쓴 글이었기 때문에 애초 필자는 독자들 역시 그냥 웃고 넘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유감스럽게도, 글이 의도한 것보다는 그 표현의 무례함에 더 주목한 일부 독자들이 이를 참지 못하고 거센 비난(비판이라기보다는)을 가해 오는 사태가 발생했다. 사실 이 글은 과격하며, 따라서 아마도 무식의 소치라는 비난을 면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폐기처분 하지 않고 굳이 본 웹 사이트에 다시 싣는 이유는, 이 글을 쓰던 당시의 '열정'을 필자 스스로 기념하고 싶어서이다.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바란다. 2000/06/23.

프랑스 영화는 적어도 우리 나라에서만큼은 이른바 예술 영화로 통한다. 좀더 고상하게 표현하자면 아트 무비! 아트? 크워어~~~

그렇다면 예술 영화, 곧 아트 무비란? 적어도 우리 나라에서만큼은 보기가 지겹고 또 지루한 영화로 통한다.

삼단 논법에 의거하여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저질러 보자면… 결국 프랑스 영화는 적어도 우리 나라에서만큼은 관객의 인내를 요구하는, 지겹고 지루하고 보기가 고통스럽고 몸서리까지 쳐지는 끔찍한 영화라는 것.

프랑스 영화 보기가 지겹다고 하면, 영화를 예술이라고 착각하는 무지몽매한 소수의(제발 소수이기를!) 속물들은 눈에 쌍심지 켜 가면서 마치 큰일 날 소리라는 듯, 혹은 한심한 소리 말라는 듯 오만한 표정을 지으면서 한 수 가르쳐 주겠노라는 고압적인 자세를 취하겠지? 나~원~참~

문제는, 영화를 아주 심각한 그 무엇인 양 떠받드는 이 속물들이 도대체 우리 나라엔 좌우 가릴 것 없이 극우 반동에서부터 극좌 빨갱이에 이르기까지 사방팔방으로 널려 있다는 점이다. 이토록 다양한 사상적 분포를 자랑하는 이 속물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이들 스스로가 자신을 극우 반동으로도, 극좌 빨갱이로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멍청하기 짝이 없는 이 속물들은 너무나 속물적이어서 진정한 자신의 정체성을 파악할 능력이 선천적으로 결여돼 있는 탓에 극우 반동의 논리나 극좌 빨갱이의 논리를 덮어놓고 추종할 뿐인 얼간이 교조주의자들에 불과하다. 우리 나라의 국민 교육 시스템이 창출해 낸, 텍스트에 충실한 또 다른 모범생들이 바로 이 속물이라는 이름의 똥멍청이들인 것이다. 우습게도 이들 똥멍청이들은 제 딴엔 대단히 심각하고 또 심각하다. 영화에 대해서도 그러하다. 그래서 이들 중엔 자칭 영화 평론가(이하 영평가)로 활동하는 인간까지 있는 실정이다. 아무튼…

이 속물들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화판 교주는 다름 아닌 국내 소장파 영평가들이다. 결코 감독이나 배우가 아니다. 이들 영평가들의 문체와 어법과 시각은 이 속물들의 텍스트요, 바이블이다. 결국 속물들이 프랑스 영화를 심오한 그 무엇으로 신봉/착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훌륭하신 소장파 영평가들의 상당수가 문화적으로 열악하기 짝이 없던 그 시절, 특히 서울 소재 프랑스 문화원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이름도 외우기 어려울 지경인 무슨 장-뤽 고다르놈(者)이니 프랑수아 트뤼포놈이니 클로드 샤브롤놈이니 자크 리베트놈이니 에릭 로메르놈이니 알랭 레네놈이니 하는 프랑스놈들이 만든 짜증나고 개 발싸개 같은 누벨 바그 영화들에 대한 경배를 서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누벨 바그 공식 기관지인 <카이에 뒤 시네마>와 그 편집장 앙드레 바쟁이라는 놈까지도 무슨 신주 모시듯 떠받든 경력을 갖고 계시기 때문이다. 우리의 고명하신 소장파 영평가들께서 과연 그 어린 시절, 정말로 재미있게 그 재미없는 누벨 바그 영화들을 감상하셨을지 궁금하다. 누벨 바그 감독들은 지독한 할리우드 영화광이었다는데, 우리의 소장파 영평가 님들은 고상하게도 프랑스 영화광이시니 아무래도 누벨 바그 감독들보다 정신 수준이 훨씬 높으신 모양이다.

하! 누벨 바그? 새로운 물결? 오늘날에도 이 프랑스놈들의 누벨 바그가 여전히 누벨 바그인가? 웃기지 좀 마라! 도대체 언제적 누벨 바그인가? 이미 지구를 떴거나 할방구가 된 이 프랑스놈들의 장난질인 이른바 누벨 바그 영화들은 이제 영화사(史) 책의 한쪽 모퉁이나 장식할 따름인 또 다른 텍스트요, 전범(典範)이요, 따르지 않으면 안 될 관습에 불과해졌다. 그러니까 '헌' 바그 아닌가? 누벨? 웃기고 있네….

프랑스놈들도 제 딴엔 나름의 자부심과 우월감을 갖고 있는가 본데, 얘네들이 영화 만들면서 저질러 놓은 짓이란 게 기껏해야 관객으로부터 영화 보는 재미 앗아 가 버리고 관객들 골머리 앓게 만든 것뿐이었다. 얘네들 체면을 생각해서 조금 고상하게 표현해 보자면, 영화에 본격적으로 유행 철학을 도입한 꼴이라고나 할까? 확실히 프랑스놈들은 영ㆍ미쪽 놈들보다 관념적인 것 같다. 이는 미국놈들이 쓴 영화학 개론서와 프랑스놈들이 쓴 영화학 개론서를 대충 비교해 봐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미국놈들의 개론서는 확실히 실용적인 측면이 강한 반면, 프랑스놈이 쓴 개론서의 경우 읽다 보면 만연체로 하도 애매 모호하게 적어 놔서 대가리에 쥐가 다 나는 듯한 느낌마저 들 때가 있다. 그러니까 서술 방식에서 분명한 차이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철학 분야에도 그대로 나타나 영ㆍ미의 분석 철학과 프랑스의 실존 철학ㆍ구조주의 철학ㆍ후기 구조주의 철학은 서로 날카롭게 대비('대립'이 아니다)되고 있다. 비록 프랑스놈들의 철학적 접근 방식이 재미있다고는 하나, 그 서술 방식에 있어선 자기들이 만든 영화만큼이나 애매하여 현란한 말장난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다른 예를 들 것도 없이 근래 우리 나라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대머리 철학자 미셸 푸코의 저서를 아무 거나 한번 읽어 보라. 쉽사리 읽혀지던가? 번역이 깔끔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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