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c.
 <에일리언 Alien> 잡기장 3/3  

9. 리플리와 앤드로이드 애널리 콜과의 관계

<에일리언 4>에서 위노나 라이더가 분한 연약한 외모의 앤드로이드 콜은 어떤 면에선 위대한 전사 리플리보다도 더 인상적인 면모를 선보인다(사실 개인적으로도, 헬스로 다져진 근육질의 남성적 몸매로 인해 레즈들에게나 어필할 만한 리플리의 얼마간 혐오스런 외모보다는 위노나 라이더의 아담한 몸집에서 풍기는 앤드로이드로서의 중성적 외모에 더 호감이 간다). <에일리언> 시리즈에 지금껏 등장한 앤드로이드는 4편의 애널리 콜까지 합쳐 모두 셋. 이들은 모두 하나같이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면모를 과시한다. <에일리언 1>에서 노스트로모 호의 과학 장교로 탑승한 앤드로이드 애쉬는 '회사'의 스파이로서 리플리와 다른 승무원들을 속이고 배신까지 서슴지 않는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 준다. 전투적 여성 페미니스트의 시각으로 보자면 애쉬는 그저 여성의 공간을 침해하고 지배하려 들 뿐인 타인/적으로서의 남성 일반을 상징한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2편에 이어 3편에도 계속 등장하는 앤드로이드 비숍은 인간적인 측면에서 1편의 애쉬보다 한층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 주는데, 비숍/bishop이라는 이름이 의미하는 바 그대로 리플리의 정신적인 '감독자'이자 따뜻한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맡고 있다. 어찌 보면 포용력 있는 자상한 남편으로서의 모습까지도 보여 주고 있는 셈. 물론 어디까지나 로봇이기 때문에 남성으로서 여성에게 가할 수 있는 성적인 위험성 따위는 애당초 배제돼 있다. 이제 4편에 등장하는 앤드로이드 콜은 애시모프류의 SF 소설에 등장하는 인류애 가득한 고전적 인조인간의 풍모마저 풍기며 인류의 운명을 심각하게 걱정하는 휴머니스트로서의 면모를 보여 준다. 비숍과 마찬가지로 리플리에게 성적인 위협의 대상이 전혀 아닌, 예쁘장한 인형(배우 위노나 라이더를 상기하라. 기껏 인형이 그 무슨 성적 위협의 대상이 될 수 있겠는가?)과도 같은 모습으로 등장하는 콜은 반인반수로 부활한 리플리의 심적 고통을 덜어 주겠다며 그녀에게 칼을 들이대는, 즉 죽여 주겠다는 엉뚱한 제의까지 할 정도로 휴머니티가 풍부한 존재다. 놀랍게도 리플리는 이 성적으로 위험하지도 않고, 착하며, 효성(?)마저 지극한 앤드로이드/로봇의 어머니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러니까 리플리와 콜 사이는 '모녀 관계'로 발전한다는 것. 이건 또 대체 무슨 말인가? 이를 해명하기 위해서는 리플리와 퀸 에일리언과 퀸 에일리언에게서 태어난 변종 새끼에 대한 언급을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

변종 에일리언 새끼가 퀸 에일리언의 모태에서 빠져 나왔을 때 어떤 행위를 했는가를 상기해 보자. 자기를 힘들게 낳아 준 어머니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갑자기 격노에 찬 표정을 지으며 순식간에 살해해 버리지 않았던가? 이 변종 새끼는 아동같고 인형같기만 한 중성적인 콜과는 달리 태어났을 때 이미 어른 여자의 성숙한 유방을 갖고 있을 정도로 대단히 조숙하며 또 대단히 성적인, 즉 여성으로서의 모습을 보여 준다. 그러니까 자기의 신체를 사랑하는 자기애적 미성숙의 시기를 단번에 건너 뛰어 태어나자마자 곧바로 자신의 첫번째 사랑의 대상을 외부에서 찾는 시기인 남근기(男根期)로 진입했다는 것.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근기(대개 3-5세)에 진입한 여자아이의 첫번째 사랑의 대상은 동성의 어머니이다. 어머니에 대한 이 애착 관계는 여자아이가 자기 성기에 대해 불만감을 갖게 되면서 깨지게 된다. 즉, 자기에게 고추가 없음을 자각함으로써 일종의 박탈감 내지 열등감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인데, 이를 가리켜 정신분석 용어로는 '남근 선망(penis envy)'이라고 부른다. 이 남근 선망은 곧 '거세 불안(castration anxiety)'으로 이어진다. 이는 남자아이와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는 바, 여자아이는 남자아이에게는 있는 고추가 자신에게 없다는 사실에서 원래 누구든 남근을 갖고 태어나며 한때 여자인 자기에게도 남근이 달려 있었는데 혹시 거세당한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 심리에 빠져들게 된다는 것. 그리고 그런 자신의 남근 결여에 대한 책임을 어머니에게로 돌리는 심리가 생겨난다. 어머니의 소홀로 혹은 벌로써 혹은 나쁜 의도에서 자신의 남근이 거세됐을지도 모른다는, 어머니에 대한 미운 감정이 싹트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딸의 첫번째 사랑의 대상이던 어머니는 질시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리고 만다. 프로이트 학설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아무튼, 변종 에일리언 새끼가 자기 어미를 살해한 것도 이러한 심리의 결과가 아닐까? 남근적인 형상의 어미, 곧 딸인 자기에게는 없는 남근을 갖고 있는 엄마가 자기에게 벌을 주어 자신의 남근을 거세해 버렸을지도 모른다는 망상이 어미를 살해할 정도로 극심한 분노를 불러일으키게 만들었으리라는 것.

그렇다면 왜 에일리언 새끼는 친모를 살해하고 양모 격인 리플리를 자신의 어미로, 자신의 애착 대상으로 선택한 것일까? 여기서 다시 프로이트를 끌어들여 보자. 여자아이는 남근 선망의 결과 어머니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약화됨과 동시에 자기가 상실한 기관인 남근을 소유한 아버지를 사랑하게 된다. 아울러 아버지를 사이에 두고 어머니와는 경쟁 관계에 돌입하게 된다. 여자아이가 성숙해짐에 따라 이러한 감정들은 점차 사그라지게 되고, 이후 부모 어느 한쪽에 대한 동일시 현상이 생겨나 자리를 잡게 된다. 즉, 부모 양쪽 중 어느 쪽에 보다 동일시를 일으켰는가에 따라 여자아이는 차후 남성적인 여성으로도, 여성적인 여성으로도 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여자아이의 남근 선망이 지나쳐 아버지와의 과도한 동일시 현상을 일으켰을 때이다. 이때 여자아이는 남성적인 여성, 남자같은 여자 정도의 수준을 넘어서서 아예 남성 일반을 동일시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다른 말로, 남근기 고착을 일으킴으로써) 남성에 대한 강한 경쟁 의식을 가지게 됨은 물론, 호모/레즈라는 성적 기능 장애까지 나타낼 수 있다. 그러니까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남자로 규정하고 남자/아버지의 입장에서 자신과 동성인 여자/어머니를 사랑하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새끼 에일리언은 과연 과도한 남근 선망으로 인하여 자신과 경쟁 관계인 남근적 친모/아버지를 제거하고, 자신과 동성인 리플리/어머니를 사랑하게 된 것일까? 그렇다면 새끼 에일리언은 <에일리언> 시리즈 최초의 호모/레즈 에일리언이 되는 거로군.

이제 얘기의 초점을 다시 리플리와 콜 쪽으로 맞추기로 하자. 리플리가 콜을 딸로서 거둬들인 것은 바로 콜의 앤드로이드로서의 성적 무(無)정체성 때문이었다! 어차피 앤드로이드에게 남자냐 여자냐 따위의 성적 구분은 무의미하다. 당연한 것 아닌가? 비록 외모는 여성이지만 이미 반인반수로서 내부에는 남근적인 에일리언의 형질이 뒤섞여 있는 레즈적 어머니 리플리(시고니 위버의 강인한 턱과 근육질의 몸매 자체가 레즈적이지 않은가?)는 성적으로 위협적이고 부담스런 남근적 딸, 나아가 자신과 동일한 속성을 나눠 가진 반인반수로서 혐오스러운 외모를 한 호모/레즈 딸인 변종 에일리언 새끼의 어머니가 되기를 한사코 거부한다(실제로 레즈 어머니에겐 레즈 딸이 어떻게 느껴질까? 혐오스러울까? 호모들은 어쩌면 변종 에일리언 새끼의 혐오스런 외모를 호모포비아에 대한 형상화라고 해석할지도 모르겠다). 리플리는 장차 같은 레즈로서 경쟁 상대가 될지도 모를 이 골치 아픈 남근적 딸과 부담스런 모녀 관계를 맺고 싶지가 않은 것이다. 대신 그녀는 성적으로 전혀 부담도 위협도 되지 않는 안전한 인형으로서의 딸, 영원토록 남근기 이전 시기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로봇으로서의 무성(無性)적 딸, 게다가 효성이 극진하기까지 한 착한 딸인 콜의 어머니가 되기로 결정한다. 여전사에서 예수 그리스도로, 그리고 적그리스도로까지 여러 차례 성격을 바꾸어 왔던 리플리는 이제 사랑하는 콜을 딸로 둔 레즈 '어머니'가 되어 자신의 경쟁 상대인 남성/남편으로서의 우주선 메인 컴퓨터 '아버지/파더/Father'(파더를 '神父'라고 번역하고 있는데, 차라리 그대로 '파더'라고 표기하든가 아니면 '아버지'라고 번역하는 게 더 타당했다. 웬 신부??)를 버리고/이혼하고, 그 마지막 부산물인 남근 성향의 딸/변종 에일리언 새끼마저 미련 없이 제거해 버린 다음 효성스런 콜과 함께 무사히 지구로 귀환한다. 어머니가 된 리플리에게 있어 어머니 대지/mother earth인 지구로의 귀환은 당연한 것이고 또 자연스러운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난생 처음 어머니 대지인 지구를 목격한 콜은 금새 그 아름다움에 도취되고 만다. 감탄사를 연발하는 콜. 어머니를 얻게 된 효성스런 딸로서 자기 어머니를 찬양하는 일은 당연한 것. 콜은 행복하다. 리플리도 행복하다.

10. 리플리와 변종 에일리언 새끼와의 모녀 관계

앞의 9항에서의 호모 운운과는 좀 다른 각도에서 얘기를 해 보자. 인간의 신체에 기생하는 에일리언의 기생충으로서의 속성이 <에일리언 4>에 이르러 낙태에 대한 논쟁과 직접 연결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태아의 태어날 권리보다 임신부/여성의 품위 유지와 건강을 더 중시하는 낙태 옹호론자들(물론 건강은 대의명분일 뿐 품위 유지가 이들에겐 훨씬 더 중요한 명제이다. 그리고, 이들 중 상당수가 소위 말하는 페미니스트다)은 태아를 인간 생명체가 아니라 인간이 될 가능성/잠재성이 있는 데 불과한 하나의 이물질 정도로 봐 버리는 경향이 강하다. 심지어 임신한 여자의 몸을 좀먹는 기생충으로 비하시키는 사람들까지 있다. 인간의 가슴 혹은 배를 뚫고 튀어 나와 자신의 숙주(곧 어머니!)를 파괴하는 새끼 에일리언의 기생충으로서의 속성은 이러한 낙태 옹호론자들의 태아에 대한 입장과 일맥상통하는 데가 있다. 사실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되면, 낙태 찬반의 과열된 논쟁 속으로 빠져들 필요도 없이, 여성들 스스로가 자기 뱃속의 태아를 곱지 않은 눈길로 보게 되는 게 당연한 일이다. 이럴 경우 여성들은 태아에 대한 양가 감정(ambivalence)의 모순으로 시달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까 자기 몸을 갉아먹는 몹쓸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는 태아에 대한 미운 감정, 그리고 한편으로는 비록 원치 않았던 자식이긴 하나 어머니로서 자식에게 가질 수밖에 없는 측은한 감정의 복잡한 뒤섞임이라는 것. 그렇다면, 유아의 천진난만함과 동시에 아직 발육이 덜 된 듯한 발생 단계의 추함/혐오스러움을 아울러 갖고 있는 변종 에일리언 새끼의 기묘한 얼굴은 바로 자기 자식에 대한 양가 감정으로 고통받고 있는 어머니/리플리의 상반된 심정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지. 결국 리플리/어머니는 불가항력적으로 자기 자식을 살해하는/낙태하는 쓰라린 고통을 감수하게 되는데…. 우주선 유리창에 뚫린 좁다란 구멍을 통해 우주 공간으로 빨려 나가 산산이 분쇄되는 에일리언 새끼의 비참한 최후를 통해 우리는 임신 중절 수술 후 진공 펌프로 흡인되어 자궁으로부터 산도(産道)를 거쳐 세상(!)으로 빨려 나가는 태아의 산산조각난 사체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11. 퀸 에일리언과 리플리와의 섹스 장면 삭제 논란?

애당초 미국에서부터 이 장면이 삭제된 상태로 개봉되었다고 알고 있다. 영화란 자고로 스크린에 비쳐진 것만으로 해석해야 하는 법. 스크린상에서 보여진 것만으로는 리플리가 자기 딸인 퀸 에일리언과 섹스(이상한 근친상간이로군)를 했는지 어땠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설사 삭제된 필름에 리플리가 섹스를 통해 퀸 에일리언에게 자궁을 선사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하더라도 그게 뭐 어쨌다는 건가? 어차피 퀸 에일리언의 유전자 역시 복제 과정에서 리플리의 유전자와 본의 아닌 재조합 과정을 거쳤을 터. 이 과정에서 실수로라도 리플리의 유전자편를 통해 후천성(?) 자궁 형성 인자를 물려받았을 수 있는 문제 아닌가? 리플리가 에일리언의 유전 인자를 물려받아 새롭게 변모한 사실을 기억하라. 유전자 재조합으로 리플리만 덕을 본다면 퀸 에일리언으로선 상당히 억울한 일 아닌가? 여하간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편이, 보지도 못한 삭제 장면들로부터 억지로 의미를 유추해 내어 과다한 해석을 덧붙이는 것보다 훨씬 더 논리적이고 무리가 없다. 물론 삭제된 장면들이 나중에라도 복원된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어쨌든, 이런 지엽적인 문제로 더 이상 불필요하게 왈가왈부하지 말았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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