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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쁜 영화 Bad Movie> 유감 1/3  
<나쁜 영화> 유감
- 장선우(혹은 장씨)는 사기꾼이다! -

이 글은 1997년 9월, 웹진영화 제2호의 ISSUE FILM 섹션에 위와 동일한 제목으로 실었던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 때나 지금이나 필자의 장선우 감독에 대한 불신은 여전하다. 그의 가장 최근작 <거짓말>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련의 상황들(코미디나 다름없는)은 그가 사기꾼으로 전락해 버렸다는 필자의 믿음을 보다 견고히 해 주었을 뿐이다. 2000/07/26.

1. "우리가 꼭 봐야할 영화"라고? 푸하~

지난 8월 말의 일이다. 별 생각 없이 한 일간지를 들척이다가 지면에 실린 <나쁜 영화> 광고를 접하게 됐다. 순간 울컥 울화통이 치밀어 올랐다. "우리가 꼭 봐야할 영화". 이런 거지 발싸개 같은 문구가 영화 타이틀을 압도한 채 대문짝만한 크기로 인쇄돼 있었던 것이다. 더더욱 가관인 것은 그 밑에 적힌 쪼끄만 문구였다. 그 문구는 "우리가 꼭 봐야할 영화"가 관객, 그것도 10대를 자녀로 둔 어떤 학부모의 발언이라는 점을 명시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단순한 비즈니스적 차원에서의 선전 문구가 아니라 관객의 진심에서 우러난 실제 발언이라는 점을 만천하에 알리겠다는 의도였다. 웃기는 개수작 아닌가? 게다가 이 학부모는 뭐가 그리도 자랑스러운지 아예 자기들의 실명(實名)과 거주지를 당당히 밝히고 있기까지 했다. 쓸개 빠진 부모 아닌가? 이 따위 등신 같은 말을 지각없이 나불거린 학부모도 학부모려니와 이런 정신 나간 학부모의 한심한 발언을 광고로 제작까지 해서 거액 처발라 가며 일간지에 실은 놈들이야말로 진짜 미친 자식들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밑에 실린 사진-자기 영화에 출연한 막돼먹은 10대 애새끼들에게 둘러싸여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장선우의 뽕 맞은 환자 같은 면상에다 가래침이라도 팍 내뱉어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우리가 꼭 봐야 할 영화라고? 지랄하고 자빠졌네! 더 심한 욕설을 퍼부어 볼까? 좆까고 있네!

이런 추잡한 욕설을 휘갈긴다는 것은 고귀한 개인주의자를 자처하는 나로선 차마 못할 짓이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나쁜 영화>가 마치 대단한 예술 작품이라도 되는 양 관객을 우롱하고 있는 괘씸한 인간들의 사기극에 대한 나의 분노는 이 발칙한 자식들에게 아무리 지독한 욕설을 퍼붓는다 해도 쉽게 풀어질 것 같지가 않은걸….

하여튼, 나는 이 불쾌하기 짝이 없는 광고 하나로 인해 <나쁜 영화>에 대한 나의 전략을 180도 바꾸기로 결심했다. 애당초 나는 편집장의 권고도 있었고 해서 이 영화에 점잖게, 아주 점잖게 접근해 볼 생각이었다. '그래도' 장선우 감독님께서 만드신 영화님 아니신가?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자 그럴 마음이 싹 가셔 버렸다. 스크린을 응시하면서 내내 나의 뇌리를 스쳐 지나간 것은 '이거 순 사기 아냐?'였다. 그랬다. <나쁜 영화>와 이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온갖 소동은 한 편의 웃기는 사기극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 사기극의 주범과 공범은 알려진 대로 다음과 같다.

주범 - 장선우와 제작사인 미라신코리아.
공범 - 철딱서니 없는 조감독 이하 전 스태프진; 전직 영화 평론가 이정하; 지속적으로 장선우 키워주기에 몰두하고 있는 <씨네21>; 아이큐 70에 해당하는 지능을 갖춘 띨빵한 공연 윤리 위원회; <나쁜 영화>를 극찬한 얼간이 영화 평론가들; <나쁜 영화>에 출연한 막돼먹은 10대 애새끼들과 게을러터진 거지들; 끝으로, 이 사기극에 동조한 관객놈들 몽땅.

<나쁜 영화>는 예술을 빙자한 사기다!라는 결론에 도달한 나는 잠시 번뇌에 휩싸이지 않으면 안 되었다. 편집장의 권고대로 장씨의 <나쁜 영화>에 대해 아카데믹하고 점잖은 비판을 할 경우 오히려 장씨의 사기극을 더욱 공고하게 해 줄 뿐만 아니라, 그의 입지를 강화시켜 주고 나아가 정당화시켜 줌으로써 앞으로도 계속될 그의 사기 행각을 조장해 주는 꼴이 될지도 모를 일이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원고는 써야 했으므로 격앙된 감정을 추스르고 앉아 나는 억지로 초고(草稿)를 타이핑해 나가기 시작했다. 고귀한 개인주의자답게 아주 점잖게 점잖게 비판을 해 나갔다. 그러다가 우연히 눈에 띈 것이 바로 예의 그 영화 광고 문구였다. 우라질!! 주여, 어찌하여 저를 시험에 들게 하시옵니까?

결국 이렇게 해서 나는 하드 디스크에 고이 간직해 놓았던 초고를 미련 없이 미지의 사이버 공간으로 날려 보냈다. '심미적 분노'에 사로잡힌 나는 곧 장씨의 사기극을 어떤 식으로 폭로할 것인가에 골몰하게 되었다. 사실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 누구도 감히 황제가 벌거벗었다는 얘기를 입 밖으로 못 꺼내고 있는 상황 아닌가? 어설프게 사기니 어쩌니 하고 비판했다가는 제대로 영화 볼 줄도 모르는 무식한 놈이라는 비난을 한몸에 받으며 우루루 돌팔매질을 당할 수도 있다. 나아가 영화를 무조건 윤리 도덕의 잣대로만 평가하려 드는 공연 윤리 위원회(이하 공윤)와 한통속 아니냐는 모욕과 의심을 받을 위험조차 있다. 게다가 장씨는 우리 <웹진영화>가 1호 이슈로 다룬 바 있는 박철수(이하 박씨)와는 달리 바보가 아니다. 박씨야 워낙 무식한 인간인데다 그 무식이 자신의 영화와 입을 통해 절절이 흘러 나오고 있으므로 지각있는 관객이라면 쉽사리 박씨의 수준을 알아챌 수 있다. 따라서 박씨의 경우는 좀 귀찮더라도 그와 그의 영화의 문제점이 대관절 무엇인지 알아들을 수 있도록 박씨 수준에 맞춰 차근차근 설명해 주는 아량만 베풀면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하지만 장씨는 경우가 다르다. 즉, 장씨는 무식한 게 아니라 교활하게 잔머리 굴려 사기친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문제점을 그냥 차근차근 설명하는 정공법 차원에서 굴복시킬 수 있는 상대가 아닌 것이다. 사기꾼의 사기는 그것이 사기임을 입증해야만 한다. 사람들로 하여금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어야 하는 어려움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아아… 무식한 놈이라느니 공윤과 한통속이라느니 포스트모더니스트를 빙자한 反모더니즘적 보수주의자라느니 하는 비난을 받지 않으면서도 장씨의 사기극을 '원색적으로' 비판하고 폭로할 수 있는 묘안은 정녕 없단 말인가?

있었다! 의외로 간단한 묘안이 있었다. 나도 장씨처럼 사기를 치면 되는 것이었다!! 18억 원이나 되는 거금을 처들여 거지 발싸개 같은 영화[그러고 보니 <나쁜 영화>에는 거지 하나가 다른 거지의 더러운 발에다가 꾸역꾸역 양말(곧 거지 발싸개)을 신기는 쇼트가 나오긴 한다. 장씨도 그렇거니와 사람들이 거지라는 간단한 국산 말을 놔두고 왜 행려(行旅)라는 알쏭달쏭한 한자어를 애용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엄밀히 말하자면 거지는 행려가 아니다. 거지는 거지고, 행려는 행려다. 거지를 행려라 부르는 것은 행려에 대한 모독이다. <나쁜 영화>에 등장하는 소위 행려들은 마땅히 행려가 아니라 거지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한 편 찍어 놓고도 사과 한 마디 없이 뻔뻔하게 낯짝 쳐들고 돌아다니면서 변명이나 일삼는 인간도 있는데, 나라고 왜 사기를 못 쳐? 관객을 등쳐먹은 사기꾼 장씨는 그 죄의 대가를 받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장씨에게 사기를 치련다. '꿈보다 해몽'이라 했다고, 일단 온갖 미사여구와 알아듣지도 못할 난해한 철학 용어들을 최대한 긁어모아 <나쁜 영화>를 마음껏 치켜세워 줌으로써 장씨를 안심시키고, 또 흡족하게 만들어 놓는 거야. 이를 가리켜 유식한 말로 견강부회(牽强附會)라고 한다지? 그리고는 별안간 뒤통수 때리듯 한 마디 팍 내뱉는 거야. "이봐, 장씨. 사실 지금까지 한 얘기는 죄다 개소리였어. <나쁜 영화>는 어느 모로 보나 나쁜 영화는커녕 그 근처에도 못 갈 '후진' 영화에 불과하다고. 장씨는 사기꾼이야."

그러나… 나는 고귀한 개인주의자. 까마귀 우는 골에 백로가 머물 수는 없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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