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c.
 <조용한 가족 The Quiet Family> 씹어 주기 2/3  

2. 극장도 씹어 주자.

한국의 개봉관에서 한국 영화를 한국인으로서 볼 적마다 뇌리를 스치는 문장 하나. '엄마 엄마! 나 한국 사람 맞아?' 난 그 시설 좋다는 한국의 개봉관들에서 한국 영화를 볼 때마다 과연 내가 한국인이 맞는지, 맞다면 혹시 나의 귀가 어떻게 이상하게 된 건 아닌지 하는 걱정과 근심에 사로잡혀 또 한 차례 애가 끊어지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왜 한국 사람인 내가 한국 영화에서 한국놈들 씨부렁거리는 소릴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는 거지? 녹음 기술이 후진 탓인가? 아니면 녹음 기술은 무지무지 좋은데 극장의 음향 시설이 이를 전혀 받쳐 주지 못하는 탓일까? 아니면 진짜로 내 귀가 이상해진 탓인가? 과연 어느 쪽일까? 혹시 모를 일이니 내일 이비인후과 가서 청력 검사나 한번 받아 봐야겠다. 만약 검사 결과 나의 청력이 정상이라면 한국의 영화 제작사들과 극장주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비싼 녹음 장비나 음향 시설 갖추지 못한 것을 애통해 하거나 쪽팔려 하지 말고(IMF 시대니까!) 아예 한국 영화에도 한글 자막을 집어넣는 게 어떨지. 문맹률 0퍼센트를 자랑하는 위대한 국가의 위대한 인민들 아닌가? 이도 저도 귀찮다면, 어차피 관객 알아듣지도 못할 소리 녹음하느라 괜히 헛수고하지 말고 수소문해서 목소리 낭랑한 변사(辯士)라도 구해 보든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아닌가?


3. 기자님들도 씹어 주자.

각종 매체에 영화에 대한 각종 기사를 제공함으로써 타는 목마름으로 영화에 대한 정보를 갈구하는 불쌍한 문화 미숙아들과 저급 속물들을 해갈시켜 주고 계시는 우리의 존경하옵는 기자님들. 그런데 너무 하셔요. 어떤 영화에 대한 평을 하시려거든 좀 제대로 해 주셔야지요오오~~. 그리고 어떤 영화를 다른 영화들과 비교 해설해 주시려거든 타당한 것들을 갖고 타당한 비교를 해 주셔야지요오오~~. 언제까지 제한된 지면 타령만 하고들 계실 겁니까아아~~~.

역시 예상했던 대로였다. 그들의 기사에는 '가족'이라는 코드와 '잔혹극'이라는 코드로부터 도출돼 나올 법한 영화들이 한가득 인용되고 있었다. 대표적인 게 토브 후퍼의 <텍사스 살인마>(1974),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1980), 배리 소넨필드의 <아담스 패밀리>(1991) 등등…. 이 영화들은 모두 가족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호러 장르(?)가 갖는 전복적이고 급진적인 정치 철학을 내포하고 있는 영화들이다. 우리의 기자님들께서는 너무도 한국 영화를 사랑하고 계신 탓인지 이들 인용 영화들이 갖는 정치적 함의는 완전히 무시해 버린 채 <조용한 가족>과의 단순 비교만을 일삼으시면서 <조용한 가족>의 상대적 우월성을 한껏 추켜세우고들 계셨다. 영화 어디서고 전복성과 급진성과 정치적 함의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길이 없는 <조용한 가족>(물론 억지로 갖다 붙이면 눈꼽만큼은 찾아볼 수도 있겠지만)을 본질적으로 정치적인 텍스트들과 단순 비교해 가면서 그다지 코믹하지도 잔혹하지도 않은 <조용한 가족>의 이른바 '코믹 잔혹극'으로서의 우수성에 대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선전하고 계신 우리의 딱한 기자님들. 비교를 하려거든 도대체 비교 대상이 될 법한 영화들과 비교를 해야 할 것이 아닌가? 특히 한 기자님께서 한 잡지의 지면을 통해 <조용한 가족>이 <아담스 패밀리>보다 낫다고 평가한 대목에 이르러선 거의 할 말을 잃어버리게 된다. 철저하고 치밀한 알레고리화의 극치인 <아담스 패밀리>는 비이성/비합리성/광기의 이성/합리성에 대한 철저한 '조롱'을 담고 있는 비판적 텍스트이다. 그 기자는 <아담스 패밀리>의 이러한 서브텍스트로서의 의미를 전혀 간파하지 못했음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설프기 짝이 없는 <조용한 가족>을 <아담스 패밀리>보다 더 낫다고 주장할 리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허~참~ <조용한 가족>이 <아담스 패밀리>보다 더 잘 됐다니… 지나가던 개도 다 웃겠네.

여러 영화 담당 기자님들. 영화평 쓰시려거든 공부들 좀 더 하시죠. 그리고 기사에 영화 인용하시려거든 그 문맥에 맞는 영화 고를 줄 아는 안목들을 좀 더 키우세요. 멋대로 아무 영화나 끌어들여 공연히 멀쩡한 영화 흠집 내놓지 마시고요. 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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