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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이제부터 할 얘기는 토르나토레의 영화들과 이탈리아 네오 리얼리즘과의 상관 관계에 관한 것이다.
토르나토레가 네오 리얼리즘의 적자(嫡者)라는 칭찬은 분명 과장된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가 자기 영화의
정신적 뿌리를 네오 리얼리즘에 두고 있다는 추정마저 완강히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가 바로 이탈리아인이라는 점, 네오 리얼리스트들처럼 비전문 배우들을 기용하고 있는 점이나 시골 사람들의 너절하고 가난하고
촌스런 모습들을 별 가식 없이 카메라에 담고 있는 점, 네오 리얼리즘이 융성하던 2차 세계 대전 직후의 시대상을 영화들의 배경으로 삼고 있는 점, <시네마 천국>에 대표적 네오 리얼리스트인 루치노 비스콘티(Luchino
Visconti, 1906-1976)의 영화 <흔들리는 대지 La Terra Trema>(1948)의 클립(clip)을 계속해서 삽입하고 있는 점, 그리고 <스타 메이커>의 기본 플롯이 펠리니(Federico Fellini, 1920-1993)의 <길 La Strada>(1954)과 유사하다는 점
등이 네오 리얼리즘과 토르나토레를 연결해 주는 고리다. 하지만 그 뿐이다. 내 생각에 토르나토레의 두 영화는 네오 리얼리즘으로부터 양식이라는 껍데기만 빌려 왔을 뿐, 사실/진실의 재현이라는 네오 리얼리즘의
정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인다. 어쨌든 그의 영화들은 멜로드라마에 불과하니까. 철 지난 네오 리얼리즘 정신과 영화의 진실성을 신주 모시듯 떠받드는 족속들은 바로 이 점 때문에 토르나토레를 괘씸하게
여기는 듯하다. 즉, 토르나토레는 얼핏 보면 네오 리얼리즘에 경의를 표하는 듯하지만 이는 제스처에 불과할 뿐, 그는 네오 리얼리즘 정신을 철저히 배신하고 자신의 영화들을 진실과는 애당초 거리가 먼 최루성의
멜로드라마, 그것도 완벽한 멜로드라마로 찍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토르나토레는 영화에의 지나친 탐닉은 진실을 보지 못하게 만든다는 평범한(?) 교훈을 가지고 영화의 허위성/허구성을 보여줌으로써 역설적이게도 사실/현실/진실을 일깨워 주고 있을 따름이다. 결국
토르나토레는 진실의 문제를 외면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오히려 네오 리얼리즘이 제시하는 억지춘향 격 진실성보다 훨씬 영화에 충실한 방식으로 진실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5-2.
네오 리얼리즘의 역설은 네오 리얼리즘 계열 영화들이 모조리 극영화라는 점에 있다. 관객에게 보여 주기 위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극영화라는 점은 다시 말하면 네오 리얼리즘 영화가 철저한 픽션/허구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비록 네오 리얼리즘 영화가 현실의 사실적 재현(?)을 통해 사실성, 나아가 진실을 보여 주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이미 앞에서 언급했듯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 자신에 의해
재편성된 주관적 진실, 픽션에 근거한 진실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현재의 세련된 눈을 가진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네오 리얼리즘 영화는 도저히 '리얼'이라는 말조차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어색하기만 하고
촌스럽고 비사실적이다. 만들어졌던 당시와는 달리 이제 네오 리얼리즘 영화들은 그 현장성을 상실한 채 역사 속으로 편입돼 버렸고, 관습의 세계에 함몰되어 버렸으며, 따라서 더 이상 현재의 대다수 관객에게
설득력을 가질 수 없게 되어 버린 셈이다. 이런 점에서 네오 리얼리즘의 의의는 진실 운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스타일과 제작 방식에 있을 뿐이다. 한 마디로 얘기해서, 네오 리얼리즘은 현실을 예술의
형식으로써 재편성하려는 욕구에서 우러난 오랜 미메시스(mimesis) 전통에서 단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5-3.
결국 영화가 진실-설사 그것이 주관적 진실에 불과할지라도-을 제시하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이야기를 담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영화에 담긴 이야기는 현실 재현이라는 영화의
특성상 어떤 식으로든 현실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반영된 현실은 현실 자체가 아니라 현실의 이미지일 뿐이요, 영화라는 형식에 의해 왜곡된 현실일 따름이다.
6.
영화는 그냥 영화다. 그 뿐이다. 영화 스스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이다. 도대체 영화를 심각한 그 무엇으로 대상화할 가치가 있기나 한 것일까? 하버마스마저도 메타 설화의 구축자라고
매도당하고 있는 이 시기, 총체적인 거대 설화(grand narratives)의 구축이 그 정당성과 타당성을 상실하게 된 이 시기에 영화 따위가 도대체 그 무슨 심각한 의미를 지닐 수 있겠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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